시장상인과 미술의 만남/스톤앤워터

글 ㅣ 이형복(경기일보 문화부기자)

시장속의 예술부흥 운동이 안양 석수시장에서 열렸다. 미술작품과 시장이란 다소 어색한 만남의 장이 펼쳐진 석수시장은 상인과 손님들의 가벼운 흥정이 벌어지는 일상의 공간. 저녁 찬거리를 찾아 재래시장을 찾은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질 쯤 상점마다 백열등의 불빛이 더욱 뜨거워진다. 여느 시장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특별한 것이 감지된다. 잎사귀가 우거진 3m 정도의 나무에 알록달록한 모조 꽃이 달려 있거나 속옷가게 유리진열장 안에는 예사롭지 않은 유리조형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시장 모퉁이의 빈 상가 벽면에는 추억의 마징가 제트 그림이 자리하고, 치킨집 앞에는 십이지신상 중 닭을 흉내낸 조형물이 손님을 맞는다. 시장을 변모시킨 주인공은 인터넷 미술동우회 현시대미술발전모임(이하 현미발모·21cagg.mr4u.com). 관객과 함께 하는 미술을 모토로 지난 2000년 결성된 20대 젊은 미술인들은 부산대 상설할인매장 전시(2002)에 이어 대안공간 스톤앤워터(관장 박찬응)가 주최한 ‘생경-익숙하게 낯선 풍경’전에 참여 했다. 지난 8월23일부터 9월26일까지 열린 이번 전시는 안양 석수시장과 실내공간인 스톤앤워터, 안양역 등지에서 열렸다. ‘생활속의 전시’를 표방한 현미발모는 시장통 곳곳에 평면화, 조소, 설치, 비디오 등의 작품을 설치했으며, 댄싱 페인팅과 참선 퍼포먼스 등도 다채롭게 펼쳤다.

전시장이 아닌 야외공간에서 그것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시장에서의 전시는 만만치 않아다. 상인과의 사전 접촉을 통한 전시물 설치 요청 등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했다. 생업에 여념 없는 사람들을 붙들고 전시기획의도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박찬응 관장은 “처음 미술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며 “상인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전시였다”고 말했다. 멋쩍어 하는 상인들과의 잦은 대화, 젊은 미술인들의 열정은 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생활속의 전시를 완성했다. 먼저 시장으로 들어가는 주유소 입구를 지나 ‘무진장 호프’ 앞에 서면 하반신만을 표현한 조형물 ‘영역표시’(문숙영)가 자리하고, ‘황구 보신탕’ 외벽 건물에는 강기훈의 서양화 ‘시간여행’이 걸려있다.

또한 조영철은 속옷가게 진열장에 유릿병 조각으로 멋드러진 비너스의 흉상을 선보였으며, 시장 주차장 바닥에 그려넣은 부적 ‘부자되세요’(박동수)는 장사가 잘 되라는 뜻을 담고 있어 석수시장 상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이지연의 장기(臟器)샵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각종 신장 등을 재봉해서 장기의 모양을 만들고, 실사프린트를 통해 장기를 그래도 박아 놓은 제품을 판다. 작은 열쇠고리부터 쿠션 등 다양한 모양의 제품들은 자신의 장기 즉 신체를 소중히 여기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박 관장은 “시장 한바퀴를 돌면서 곳곳에 자리 설치한 미술품들을 보고나면 평범했던 물건 하나하나가 마치 작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현미발모와 스톤앤워터가 펼친 ‘생경-익숙하게 낯선 풍경’은 미술작품이 대중과 친숙해 질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란 점에서 신선한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