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 손톱을 체상(體相)하다 !

두눈 _ 귀감 _ 24k 18k, 손톱, 유리, 기타 _ 지름5 x 5.2cm _ 2010
제 손톱은 힘이 없고 약합니다.
한 쪽, 한 쪽...
애써 곱게 모양을 가꿔왔던 여린 손톱이
부스러지고, 찢어져 나가면
제 마음도 함께 부서져 나가고, 찢어져
나가는 듯한 안타까움이 번지지요...^^;
제게 손톱은...
의미없이 손가락 끝에 달려있어 손가락의
피부를 보호해주고 있다가 아무런 고통없이
잘려져 나가던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었어요...
어릴때...
아빠와 꼭 닮은 손을 만져주시며
아빠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거이거...
손가락만 기다래서 게으르고...
손톱은 이거 봐라...
길쭉길쭉 일 안 하게 생겨서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씀들이 고생하던 당신의
예쁜 손에게 하시던 자조적인 말씀 인 것 같아요.
손을 보면 고생 하나도 할 것 같지
않은 곱디 고운 손에 기다란 손가락과
예쁜 손톱을 가지셨던 아빠...
당신은 힘들게
과일 상자를 나르시고,
거래처분들과 주산알을 튕기시며
깨지고, 찢어진 손톱과 거칠어진
손이 되신 것을 보며 마치 자조적으로
당신의 손과 꼭 닮은 막내딸래미의
손을 보며 정말 손가락과 손톱의 생김새처럼
고생하지 말고 게으를지언정
편안하고 곱게 살았으면...
하는 자조섞인 바램이 담긴 말씀......
이렇게...
손가락, 손톱은 제게 어릴 때부터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메신저였고,
손톱 역시도 아빠가 늘 곱게 여유를 두고 길게
잘라주셨어요.
짧게 자르면 제 손가락이 아플까봐
늘 여유를 두고 길게 모양도 예쁘게...
처음 이 귀감 작품을 봤을 때...
의미없이 버려지는 손톱을 장신구로
만들었다는 존재감에 참 기쁘더라구요.
마치 아빠의 사랑을 형체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버려져 나간 손톱에 대한
존귀함을 느끼게 된 건가봐요...
금과 은 보다도 더한 가치를 지닌 손톱의 존귀감이랄까...
제게는 손가락 끝의 피부를 지켜주다
아픔없이 의미없이 잘려져 나가는
손톱이 아니고...
아빠가 매만져주시던 향수와 추억이 깃든
손톱이기에...
귀감...
언젠가
제 손톱을 가지고도 저렇게 초승달마냥
예쁘게 장신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빠 모신 곳에 가서 보여드리며
막내딸 이렇게 이쁘게 손톱 가꿔가며
편안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하늘에서 보시며 참 넉넉한 웃음을
지으실 것 같네요......^^
김석민 facebook.com/seokm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