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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막 미술이 어지럽냐?
2막 취향 : 천천히 작품 읽기
3막 안주빨 세우기
4막 설거지 : 못다한 이야기 |
미술이, 어지럽냐?
이 책은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26일까지 안양역, 석수시장 일대,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에서 광범위하게 열린 <생경:익숙하게 낯선 풍경전>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으면서, 현시대 미술문화에 대해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미술이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에게 부담 없이 이 책을 추천해본다.
특별한 편집자의 서문 없이 1막을 여는 것은 <예술을 위한 예술과 관객을 위한 예술>에 대한 ‘현시대미술발전 모임’의 회원간의 난상토론의 장이다. 난상토론 장에서 독자는 과연 예술을 위한 예술과 관객을 위한 예술의 입장을 각각 변호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토론자로 참여한 ‘아우라(인터넷필명)’는 두 가지 지향점이 다른 예술의 성격문제를 차근히 짚어가면서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주장을 펼친다.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자칫 예술가들이나 관람자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흐를 수 있는 점을 편집자는 2장에서 “왜 현대미술은 난해한가?”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따지고 있는 진중권의 논의를 끌여 들여 다양성에 관한 논의를 좀더 확장 시킨다. 2장에서는 다수의 작가들에게 심어져 있는 미술사적 아방가르드 의식(전위의식)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제일주의로 흘러 그 본질이 왜곡되어 있음을 재확인하면서, 미술사에 집착한 미술보다는 일상의 삶과 밀접한 예술론에 손을 들어준다. 이것은 어찌 되었건 삶의 다양성 만큼 예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예술의 향유권을 넓힌다는 의의를 가진다. 이것은 바로 이 ? ??목적하는 바이기도 하다. 1막 3장과 4장은 각각 전시와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를 내놓으면서 2막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한다.
<2막 취향: 천천히 작품 읽기>는 이 책의 본론이며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2막은 <생경>전시를 찾아가는 과정은 물론 전시와 작품을 천천히 읽어간다. 저자 ‘미친군’은 관람자의 시각에서 어렵지 않게 작품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글 곳곳에 정서의 환기가 두드러지고 때로는 세심한 분석이 엿보인다. 최대한 독자들이 전시관람자가 될 수 있도록 편집자는 사진, 편집디자인, 텍스트를 유기적으로 짜 놓았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전시 도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별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전시 도록이 아닌 독립적인 출판물로 전시(관람)를 보충하고 전시의 메시지와 작품의 맥락을 대리한다고 할 수 있다. 20대 작가 28명이 참여한 <생경>전에서 ‘미친군’이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독자의 몫이긴 하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로 ‘희망’이다. 그 희망이란 한국미술에 대한 희망이며,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희망적 비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도는 이 책의 모든 페이지가 387페이지로 설정된 이유를 밝힌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편집자는 ‘387=386+1’이라는 조금은 엉뚱한 계산법을 내놓는다. ! 2003년 한국사회의 주류코드를 386이라 했을 때, 이 책은 분명 ‘+1’의 의미를 찾고 있는 셈이다.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미술사를 염두 했을 때도 ‘+1’의 의미는 커보인다. 그러나 편집자는 소박하게 그것을 ‘희망’으로 탈코드화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은 어렵다고 말하는 시기에 28명의 젊은 작가들이 모여 미술작품을 들고 대중의 일상-삶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들은 ‘미술’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토론을 시작으로 전시로 이어지고 다시 토론과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편집후기에 해당하는 <4막 설거지:못다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아니다! 편집자는 이 책을 통해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책의 페이지를 마무리 지으면서 무엇인가가 계속 진행중임을 암시한다. 그 무엇은 아직 개념화, 규정되지 않은 무엇이기에 미술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깔끔한 디자인과 쉬운 텍스트, 미술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 지고 있는 이 책을 2003년 가을에 주목할 만 한 책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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